안녕하세요! 파카씨 다이어리입니다. 얼마 전에 3월 29, 4월 1일, 2일의 3일 동안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서울국제와인페스티벌이 있었는데요. 저도 기대감에 차서 블로그에 소개한 바 있죠. 거기를 친구와 함께 직접 다녀왔습니다.
...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말 대실망이었습니다. 거짓말 안 하고 한 30분만에 나와서 친구랑 따로 와인 사먹으러 갔습니다.
일단 이 사진만 보면 뭔가 있어보이기는 하죠??ㅋㅋ 사실 저도 이런 분위기를 기대했고, 4월 1일이면 날씨나 너무나도 좋을 때니까 음악 들으면서 와인잔 하나 들고 친구랑 잔디밭에서 여유롭게 한잔하고, 같이 축제온 사람들하고 노는 ... 뭐 그런 걸 저는 기대를 했죠.
하지만 역시 기대는 실망을 부르는 법.
뭐 여기까지는 좋았어요. 호텔도 이쁘고 정원에도 이런 불빛으로 장식을 해뒀고,
저 멀리 뒤로는 동대문이 바로 보이고 해서 경치도 좋고, 날씨도 좋았습니다.
이런 부스들이 있어서 여기서 필요한 음식은 사먹으면 됐구요.
저 뒤에 보이는 동대문도 이쁘긴 했습니다.
아 .. .사진만 보이면 왜이렇게 좋아보이기만 하는지 ㅋㅋㅋ 이래서 블로그를 믿으면 안 되나봐요.
1. 일단 이 잔에 들어있는 와인 보이시나요. 저는 무제한 와인파티라고 해서 각종 종류의 와인을 원하는 만큼 충분히 시음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심지어 친구랑 너무 취하면 어떡하냐고 걱정까지 했죠. 그런데 여기는 무제한 와인파티라기보다는 각 업체에서 가지고 나온 와인을 파는 곳이고, 그냥 간단하게 사기 전에 시음을 하는 정도였습니다. 잔에 보이는 저 찔끔 있는 와인 보이시나요. 저게 와인을 마셔서가 아니라 부스에서 따라준 양이 겨우 저 정도에요. 심지어 정당하게 돈 내고 와서 마시는데도 뭔가 한 잔만 따라달라고 구걸하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조금만 더 달라고 해도 업체에서 나온 직원분은 퉁명스럽게 그저 없다고만 대답하시구요. 상당히 기분이 나빴습니다.
뭐 이런 식으로 각 업체에서는 자기들이 만든 와인을 팔기 위해 홍보를 열심히 하고 있구요.
보통 저희가 와인샵에서 볼 수 있는 와인들보다는 좀 덜 유명한, 혹은 신생인 와인들을 가지고 와서 홍보하는 자리로서의 의미가 더 컸던 것 같습니다.
2. 그리고 이 좁은 공간에 사람이 정말 너무 너무 많았습니다. 사진에서는 잘 안 느껴지실 수도 있는데 거의 금요일 클럽 수준으로 공간 대비 사람이 많아서 거의 제대로 돌아다닐 수도 없는 지경이었어요. 게다가 이 수많은 사람들이 부스로 몰려가서 한잔씩 달라고 잔을 내미니 제대로 마실 수도 없는 상황이죠. 처음에 포잉으로 예매를 할 때에는 뭐 테이블이 지정이 돼있고, 그래서 시간 맞춰서 와야 한다 그런 식으로 안내가 써있었는데 이건 뭐 테이블이고 나발이고 어디 서서 먹을 스탠딩 테이블조차 없습니다.
3. 창렬합니다. 일단 와인잔에 따라주는 와인 자체가 창렬하다는 건 앞에서 이미 말씀드렸는데요. 여기서 파는 이 음식들도 정말 엄청나게 창렬합니다. 감자튀김 같은 게 8000원인데 앞에 있는 분이 사가시는 걸 봤는데 정말 한 주먹 정도 담아주고 8000원을 받더라구요. 그분도 받자마자 '이게 8000원이야?'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가시더군요. 아니 뭐 홍보 목적의 행사인 것까지는 그렇다 치는데. 일단 시음조차 제대로 못하는 데다가, 안주꺼리를 이렇게 창렬하게 팔다니요. 그렇다고 해서 여기가 호텔이니까 비싼 건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말씀드렸다시피 행사의 퀄리티가 절대로 호텔 퀄리티가 아닙니다. 그냥 동네 야시장 수준이랄까요.
보이시나요 이 수많은 인파가. 이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헤집고 다니면서 여기저기에 있는 업체 부스들 찾아다닌다고 생각해보세요 ... 게다가 서로 다른 업체들 간의 부스가 차별화되지도 않습니다. 간판을 보고 그 업체가 어디이며, 대표적인 와인이 뭐고, 혹은 지역별로 구분을 해서라도 여기는 호주 와인, 저기는 미국 와인 이런 식으로 해놔야 여기저기 알고 돌아다니는 게 의미가 있는데, 그냥 다 똑같이 "와인페스티벌"이라고 쓰여 있는 똑같은 간판을 달고 있더라구요. 그럼 거기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거기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가서 무턱대고 받아먹는 꼴이 되는 겁니다.
이건 뭐 이따위가 100만 원을 넘더군요.
물론 시음만 하는 게 아니라 시음해보고 괜찮은 와인은 이렇게 사서 마실 수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일단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적어서 앉을 자리를 마련하기도 힘들거니와, 홍보를 무제한 와인파티라고 해놓고 장사를 해먹는 건 무슨 경우일까요.
다시 이 수많은 인파를 헤집고 나와서 친구랑 그냥 서울대입구역 근처에 있는 와인잡이라는 괜찮은 와인바 가서 한 병 시켜서 마셨습니다. 입장권이 1인당 16,000원이었는데 두명꺼 합치면 그냥 와인바에서 한 병 시켜먹을 수 있는 가격이었네요. 정말 너무 너무 아까웠어요. 저희랑 같이 들어갔던 여자분 두 분도 나오면서 보니 저희보다 먼저 나와서 앞에 가고 계시더군요.
티켓 16,000원을 이 행사의 입장권이라고 생각하면 제가 생각하는 가치는 딱 4,000원입니다. 4,000원 주고 들어가서 와인 적당히 싼 거 한 병 사서 대충 마시고 오는 정도로 괜찮을 것 같은 행사입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축제는 안 올 것 같네요... 호텔에서 분위기 있게 괜찮은 와인을 마시고 싶으면 솔직히 비용을 훨씬 더 지불해야 할 것 같기는 하고, 암튼 이런 행사에 입장료 16,000원을 들이붓느니 그냥 마트에서 싼 와인 한 병 사 마시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습니다.
나름 친구랑 좋은 추억 만들고 싶어서 시험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무리해서 다녀왔는데 진짜 ... 최악이었습니다. 다음부터는 좀 철저하게 준비를 잘 하시든지, 아니면 그냥 하지 마세요. 아니 뭐 ... 하든지 말든지 다음부터는 제가 안 가면 되겠죠.
지금까지 파카씨 다이어리였습니다. 감사합니다.